모르는 사람의 장례식
영화 / 비디오 설치
00:19:24
2019-2020
한국어 / 영어 버전이 상이하며 러닝타임은 각각 18:35 / 19:24 입니다.
스태프
목소리 : 에리카 쿠레바야시 몰스바흐, 조상아
검수 : 에리카 쿠레바야시 몰스바흐, 레나토 바즈케즈
설치 : 김민, 유현정, 서희, 홍주희
〈모르는 사람의 장례식〉은 개인, 그룹, 나아가서 한 국가에서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 하나의 파운드 푸티지 필름이다. 영화는 독일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장례 음악 한 구절과 함께 시작하며 나름대로의 태도를 준비한다. 폴 오스터의 〈브루클린 3부작〉에서 인용한 ’58초마다 죽어간 10사람을 위해 슬퍼하라!’ 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문처럼 활용되어 러닝타임 내 58초마다 반복된다. 그리고는 영화는 몇 가지의 죽음 이야기를 시작한다.
The First Funeral 〈가장 처음의 장례식〉
나와 같은 자리에 앉았던 한 사람의 부고를 듣는다.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던, 나와 같은 자리를 썼던, 한 사람의 죽음.
How I died 〈내가 죽은 날〉
두번째 이야기는 ‘강남역 살인사건’을 배경으로 한다. 많은 사람들이 만나는 강남역, ‘나’는 그 주변 레스토랑에서 친구와 밥을 먹고, 잠시 화장실에 갔다가 살해당한다. 이 죽음으로 인해, 많은 여성들은 자신도 언제든 그런 식의 살인사건에서 피해자가 될 수 있었음을 공감하여, 세대를 아우른 전국적인 애도 와 한국의 페미니즘 리부트를 불러온다.
The girl in the video 〈비디오 속 그 여자〉
숙박시설에서의 사생활 불법 촬영과 공유, 그 비디오를 웹하드에 공유하고 퍼트린 후, 뒤늦게 발견한 피해자가 전문 업체에 삭제를 요청하지만 그 삭제를 담당하는 업체마저 웹하드 회사와 같은 몸통이었던 ‘웹하드 카르텔 사건’에 관한 이야기다.
What I did in front of the tragedy 〈내가 비극 앞에서 한 일〉
오래된 일본 선박을 구입해 많은 정부와의 로비로 사용 허가를 얻어내 그것을 그대로 운항하다, 결국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많은 학생들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렸다. 그 침몰과 죽음, 애도, 비리의 과정이 전부 TV에 생중계된 세월호 사건까지 다룬다.
영화는 이루어지지 않은 소망으로, 배에 타고 있던 모두를 한 보트가 구하는 꿈으로 끝난다.
이 작업은, 개인적인 친분도 없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공감하고 이토록 큰 분노나 슬픔을 느낄수가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며 시작했다.
이것은 아마도 공동의 기억, 즉 어떤 집단이 공통적으로 겪는 같은 문화적 경험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. 첫번째 죽음 – 교통사고로 죽었지만 자살인 것 같은 – 그 언니가 쓰던 아틀리에를 썼으며, 같은 복도를 걸었다. 두번째 죽음 – 나도 같은 지하철역을 이용했고 죽은 이가 들어간 그 화장실은 나도 이용했을 것이다. 세번째 죽음- 나도 스스럼없이 숙박시설에 들어가 사랑하는 이와 시간을 보냈을 것이며, 네번째 죽음- 나도 큰 배를 타고 어디론가 가 본적이 있기 때문이다.
이런 사건들을 내 세대가 공유하는 시각언어로 기록한다는 것은 그래서 나에게 굉장히 필요한 일이었다. 이것은 경험이나 기억들을 다시 문화적 언어로 배치시키는 일이었다. 특히 나는 시각 언어들로 동서양에 존재하는 문학, 사건, 만화, 영화등을 활용했다. 나도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이기에 같은 문화적 경험을 한 사람이 누구이든 내 작업을 보고 같이 애도하기 위하여.